9월 9일 더쿠 핫게시판에서 가계부채와 소비를 둘러싼 논의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출발점은 아침 8시 20분에 올라온 기사였다. 한국은행이 206만 가구를 추적했더니 월 500만원을 버는 집이 원리금 상환에 46%인 230만원을 쓰는 시점부터 소비가 뚜렷하게 줄어든다는 내용으로, 기사의 관심은 개별 가구가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내수에 있었다. 이 글은 조회 8만, 댓글 507개를 기록하며 그날 더쿠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첫 반응은 훈계였다. 500 벌면서 230을 갚는 건 소득에 맞지 않는 집을 산 것이라는 댓글에 동의가 잇달아 붙었고, 이자만 230이면 6억 넘는 대출이니 그런 집을 사지 말라는 계산도 나왔다.
그러나 이 흐름은 20분을 넘기지 못했다. 월세와 대출 이자가 5~60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월세는 남의 통장에 들어가지만 대출은 내 집이 남는다는 반박이 나온 뒤로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후 400개 넘는 댓글은 거의 이 한 문장을 반복했다. 원금은 저축이니 실제로 버리는 돈은 이자뿐이라는 계산, 아이 있는 가구가 살 만한 집은 월세도 150에서 200이라는 시세 증언, 전세는 씨가 말랐다는 체감이 뒤를 받쳤다.
"340 벌어 160 갚는다", "295에 87 나간다"처럼 자기 가계부를 공개하는 댓글도 줄을 이었는데, 이 사람들은 힘들다고 하소연한 게 아니라 자기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은행이 심사해서 빌려줬으니 분수는 은행이 정해 줬다는 말, DSR 규제 때문에 영끌은 이제 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말이 훈계를 사실상 끝냈다.
기사 취지로 되돌리려는 시도도 있었다. 46%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체의 임계점이고 500은 예시일 뿐이라며 3인 가구 중위소득 540만원을 근거로 든 댓글이 여럿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 동의는 개인 반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월세를 내도 지갑은 닫힌다, 소비가 안 되는 건 물가 탓이라는 답이 돌아왔고 책임은 정부로 향했다. 집값을 올린 것도 전세를 없앤 것도 정책이니 애먼 사람 욕하지 말고 정부를 욕하라는 결론이었다. 폭락을 바라는 소수는 30년째 기우제라는 조롱을 받았다.
이 반응은 최근 몇 년의 주거 경험에서 나온다. 코로나 무렵 집값이 뛰는 걸 보고 이대로면 길거리에 나앉겠다 싶어 소비를 끊고 집을 샀다는 고백, 월세를 올려 받겠다며 몇 번 쫓겨나 본 기억,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 백만원이 우스워진 시장을 매일 확인하는 사람들에게 집은 투자가 아니라 피난처였다. 그래서 집 산 사람을 향한 비판은 곧바로 방어를 부른다. 나라 경제는 나라가 알아서 하고 나는 내 집이라도 지키겠다는 각자도생의 감각이 댓글을 지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