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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주차 커뮤니티 리포트] 디씨와 펨코에서 '프랑스 시위'를 소비하는 방법

두 게시판이 소비한 것은 프랑스 시위의 원인이 아니라 장면이었다. 진영 프레임은 갈렸지만 이민자와 흑인, 아랍인을 폭력에 묶는 인종 프레임은 두 곳에서 다툼 없이 공유됐다.

프랑스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 (사진: 연합뉴스)
프랑스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 (사진: 연합뉴스)

9월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교사 충원과 학급당 학생 수 축소, 낡은 학교 건물 수리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공공 지출을 줄이려 하면서 물가와 임금, 생활고에 대한 불만이 더해졌고 2018년 '노란 조끼' 운동 참가자들도 합류했다. 10월 17일 전국 시위에는 정부 추산 55만 명이 참가했고 일부 도시에서 명품 매장 약탈과 시청 침입, 방화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같은 기간 에펨코리아 포텐(추천을 많이 받은 글이 모이는 인기 게시판)과 디시인사이드 실시간 베스트(실베)에 거듭 올랐다. 두 게시판이 소비한 것은 시위의 원인이 아니라 장면이었다.

디시 실베에 처음 오른 것은 원인을 담은 보도였다. 10월 5일 「"책상도 교사도 없다"..프랑스 고등학생 시위 일파만파」가 올랐고 다음 날에는 같은 사안이 「이게 학교냐...프랑스 고딩들 폭력 시위 일어나」라는 제목으로 올랐다. 실베의 프랑스 관련 글 가운데 가장 많은 추천(161개)을 받은 것은 10월 9일 「끔찍끔찍 2026년 프랑스 전통 놀이촌...gif」였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움짤에 "퍽퍽퍽", "투석요원" 같은 캡션을 붙여 구경거리로 엮은 글로, 끝에는 "좌파 + 이민자들에게 따먹힌 나라의 최후 ㅋㅋ"라는 문구가 붙었다. 에펨코리아 포텐에서 원인을 다룬 글은 10월 14일 「프랑스 학생들이 폭발해버린 원인」 한 편이었다. 이 글에서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384개)은 "와 진짜 상상초월하는 개병신나라였네ㄷㄷ"였고 그다음 두 댓글(353개, 200개)은 한국의 연금 제도와 수능 이야기였다. 원인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시선은 프랑스 학생들의 요구로 향하지 않았다.

10월 18일 하루 사이 에펨코리아 포텐에는 약탈과 방화, 대통령궁 접근을 다룬 글이 열 편 넘게 올랐다. 조회 수가 32만을 넘긴 「[실시간 속보] 프랑스 대통령궁 방어 최우선, 경찰 탄약 부족으로 후퇴」는 X 계정 하나를 출처로 삼았고 그 내용은 언론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불타는 거리 옆에서 태연히 식사하는 시민을 담은 「시위에 무덤덤한 프랑스 시민들 ㅋㅋㅋ」는 본문에 "2023년 보르도 시위"라고 적힌 3년 전 영상이었다. 진압 과정의 피해를 다룬 보도도 같은 길을 걸었다. 진압 과정에서 손이 절단되고 고무탄에 실명한 부상자가 나왔다는 MBC 보도와 15세 소년의 손목이 절단됐다는 채널A 보도를 묶은 글이 실베에 올랐을 때, 글쓴이는 "그냥 폭력 시위"이니 강경 진압은 불가피하다고 적었다. 댓글은 "수류탄 x , 진압용 섬광탄 ㅇ / 선동은 MBC", "보지가 뉴스썼음 수류탄이 뭔지 모름"처럼 무기의 이름을 두고 기자를 조롱하는 쪽으로 흘렀고 15세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댓글도 붙었다. 장면에 호응이 몰리는 구조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장면도 사실처럼 돌고 피해를 전하는 보도는 단어 시비로 바뀐다. 그 사이 교사가 부족한 교실이라는 원인은 자리를 잃었다.

원인이 빠진 자리는 '누가 폭도인가'라는 질문이 채웠다. 조롱의 과녁은 세 겹이었다. 첫째는 프랑스의 시위 문화 자체다. '전통 놀이'와 '민속놀이'라는 표현이 두 게시판에 함께 쓰였고 소방차를 공격한 사람을 시위대가 제압하는 영상에는 "전형적인 프락치들 수법인데 전문 시위국가 답게 바로 응징당하네"(589개)와 "어허! 너 민주주의 당하고싶어!"(122개)가 달렸다. 시위와 민주주의라는 말이 폭력과 같은 뜻으로 쓰였다. 대통령궁 글에서는 "기관총으로 갈겨야지 아니면 프랑스답게 포도탄 장전해라"가 추천 60개를 받아 비추천 19개보다 많았다.

둘째 과녁은 인종이다. 에펨코리아의 「결국 약탈로 번진 프랑스 시위 근황」에서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568개)은 "원래 저거하고 싶은애들이 과반 이상인데 시위할때까지 기다렸다가 꼽사리끼는거임 ㅋㅋㅋ 집시애들"이었다. 그다음은 "후드 + 아랍 환상의 콜라보"(426개), 그리고 한국·일본·대만의 시민의식이 유럽보다 높다는 댓글(395개)이었다. 시위대에 백인이 더 많다는 반박("백인이 더 많은데")은 추천 5개에 그쳤다. 디시에서는 표현이 더 노골적이었다. "좌파 민주당 니거 샌드니거를 하나로 모으면 나타나는 물리현상", "미래세대 앰흑새끼들이랑 이슬람애들뿐임" 같은 댓글이 이어졌고 시위의 주체가 고등학생이라는 지적("좌파 이민자가 아니라 급식들이 시위하는건데")은 소수였다.

셋째 과녁은 한국 안의 진영이다. 디시에서는 '좌파'와 '이민자'를 한데 묶어 프랑스 시위를 설명했고("극좌파 폭동꾼이 주류이고 학생 시위대는 소수인데") 그 설명은 곧 한국으로 넘어왔다. "지금 민주화 4050세대하고 전라도 한국여자 성향이 지금 딱 저거인데 우리나라도 멀지않았음요 ㅋㅋ"라는 댓글이 달렸고 MBC 보도 글에서는 "518이랑 똑같네 그냥시위를해야지 폭력시위하니까 정부에서 진압한거지 ㅋㅋ"와 "저기에 경찰 투입하는 애들은 518도 폭동이라고 음해할 미친놈들임 ㅇㅇ"가 맞섰다. 프랑스의 시위가 5·18을 폭동으로 부를지를 두고 다투는 재료가 된 것이다. 에펨코리아는 달랐다. 대통령궁 글에 달린 "좌파의결말"은 추천 20개에 비추천 769개를 받았고 그 아래 "ㅋㅋ어김없이 나오는 만물 좌파설 ㅋㅋㅋㅋㅋㅋㅋ"(566개)와 연금·세금 불만에 교육 예산 삭감이 겹쳐 폭발했다는 설명(108개)에 추천이 몰렸다.

진영 프레임은 두 게시판에서 갈렸지만 인종 프레임은 갈리지 않았다. 에펨코리아 이용자들은 '좌파 탓'을 비추천으로 눌렀지만 같은 날 같은 게시판에서 "집시애들"과 "후드 + 아랍"에는 추천을 몰아주었다. 디시에서는 두 프레임이 아예 한 문장에 붙어 있었다.

프랑스 학생들이 요구한 것은 교사와 책상, 그리고 버틸 만한 생활비였다. 두 커뮤니티에서 그 요구는 거의 읽히지 않았다. 원인을 다룬 글에서조차 비교 대상은 한국의 연금과 수능이었고 그마저도 '우리는 저렇게 되지 말자'는 결론으로 닫혔다. 다른 나라의 시위는 그 나라를 이해하는 창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던 판단을 확인하는 거울로 쓰였다.

그 거울에 비친 것은 진영과 피부색이었다. 진영을 둘러싼 판단은 사이트마다 엇갈렸고 같은 사이트 안에서도 반박이 나왔다. 피부색을 둘러싼 판단에는 그런 다툼이 없었다. 이민자와 흑인, 아랍인을 약탈과 폭력에 묶는 말은 정치 성향이 다른 두 게시판 모두에서 최상위 댓글이 되거나 별다른 제지 없이 이어졌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진영은 다툼의 대상이지만 인종에 대한 편견은 다툼 없이 공유되는 상식에 가깝다는 뜻이다. 원인이 지워진 시위는 폭동으로 기억되고 그 폭동에는 피부색이 덧씌워진다. 이번 주 두 게시판이 남긴 프랑스 시위의 기억은 교사가 부족한 교실이 아니라 불타는 명품 매장과 "후드 + 아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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