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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주차 커뮤니티 리포트] 영화를 둘러싼 남초 커뮤니티의 폭주, 우리는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가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디시와 펨코는 박정희를 추앙하고 배우와 평론가를 색깔론으로 공격했다. 두 커뮤니티는 이번 논란을 스타벅스·배재고 논란의 맞대응으로 삼아, 극우 담론을 일반 담론과 같은 선상에 올려놓으려 했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관측 대상은 다음과 같다.

  • 디시인사이드 실시간 베스트
  • 에펨코리아 정치/시사 게시판

육영수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하면서 온라인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해당 영화가 육영수 피격의 배후를 박정희로 몰아가는 좌파 날조 영화라고 주장하며, 영화를 넘어 배우 개개인에 대한 공격과 불매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박정희 신화'와 그 시절에 대한 향수는 주로 보수 노년층 사이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2030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박정희가 없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다"와 같이 그를 재평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 해당 영화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남초 커뮤니티의 여론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대표적인 남초 커뮤니티이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디시인사이드와 에펨코리아의 게시물과 댓글을 통해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먼저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박정희 각하가 없었으면 대한민국 지금처럼 잘 살지 못했을거다"와 같이 그를 추앙하는 주장이었다. 박정희의 독재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 모두 박정희의 업적이 뛰어나다며 종합적으로는 그를 옹호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해당 영화를 극우적 역사 왜곡이나 음모론과 비교하며 극우적 인식을 합리화하려는 반응이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운지'와 같은 용어를 쓰며 고인모독을 하거나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 개입설을 내세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좌파들이 먼저 표현의 자유 주장했으니 표현의 자유에 따라 우리도 이런 거 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비난은 영화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았다. 해당 영화에 우호적인 입장을 낸 평론가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 대해 색깔론적인 공격부터 인신공격까지 수많은 공격이 이루어졌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광고하는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또한 극우 성향을 가진 유저들을 중심으로 각종 음모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해당 영화를 단체관람한 것을 두고 좌파 전교조가 학생들을 세뇌시키려 한다는 음모론, 관람객 평점이 높은 것을 두고 좌파들이 매크로 돌려서 평점을 조작한다는 음모론, 북한의 선전영화와 내용이 유사하다는 유튜버들의 근거없는 주장을 바탕으로 영화 제작진들이 북한과 내통했다는 식의 음모론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주목해볼만한 점은 커뮤니티 유저들이 이번 사태를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그와 관련한 배재고 야구부 논란의 대척점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듯한 탱크데이 이벤트를 개최하고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 소재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을 상대로 '스타벅스 가야지'라며 조롱을 한 것에 국민적 분노가 일었던 것을 '좌파들의 억지선동'이라 규정하고, 이 영화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분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디시인사이드의 반응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박정희에 대한 추앙과 배우 및 관계자들에 대한 색깔론 공격, 기존 극우 담론에 대한 비판에 맞선 맞대응 논리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에펨코리아의 경우 디시인사이드와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들 역시 박정희를 예찬하는 댓글이 많았으며, '문재인이 부엉이 바위에서 노무현을 밀었다'거나 '5.18은 북한과 좌익이 벌인 폭동이다' 등과 같은 극우 음모론을 내세워 비교하며 해당 영화를 비판한다는 점은 동일했다.

하지만 에펨코리아에서는 디시인사이드와 다르게 이 영화를 좌편향된 문화예술계의 구조적 문제라고 보는 관점을 더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디시인사이드에서도 문화예술계는 좌파가 장악했다는 식의 주장은 적지 않게 있었지만, 이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을 좌파로 모는 행위에 가까웠다.

그러나 에펨코리아의 경우에는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되어 있으며, 이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국민들을 세뇌시켜 현재 나라 자체가 좌편향되어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였다. 극우 유튜브에서 주장한 북한 선전영화 표절 음모론을 이러한 관점에서 수용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이번 영화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 발생한 논란에 대해서는, 더이상 '좌파 세뇌'에 굴복하지 않는, '깨어있고 합리적인 2030 보수들'에 의해 좌편향된 나라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규정했다. 이는 단순히 상대편을 좌파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것을 넘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외적인 공격에서도 디시인사이드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영화 제작진과 배우들에 대한 공격 및 불매가 주요 흐름이었다면, 에펨코리아의 경우 해당 영화를 호평한 유튜버들이나 다른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가져와 공격하는 것이 주요 흐름이었다.

반면에 에펨코리아도 이번 논란을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이나 배재고 야구부 논란의 맞대응으로 여긴다는 점은 동일했다. 국민들이 스타벅스와 배재고 야구부에는 비판을 했으면서 왜 좌편향된 문화예술계에는 저항하지 않느냐는 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곳의 커뮤니티를 관찰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번 논란을 좌파의 내로남불과 위선으로 규정한다는 점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이나 노무현 고인모독, 문재인 노무현 타살 음모론 등 오래된 극우 음모론부터 최근의 스타벅스나 배재고 야구부 논란까지, 이러한 음모론이나 사건들이 전국민적인 비판을 받은 이유는 이것들이 일반적인 사고에서 벗어난 극우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초 커뮤니티는 이러한 국민적 반응을 좌파들의 선동이라 규정하고, 이번 '암살자(들)'과 같이 본인들이 보기에 불편한 것을 좌파 컨텐츠로 규정한다. 그리고는 '우리 보수를 욕할거면 저 좌파들도 욕해야 한다'는 식으로 기존에 극단적인 주장으로 배척받던 극우 담론을 일반적인 담론과 같은 선상에 두고, 이를 통해 더 극우적인 방향으로 균형점을 옮겨 극우 담론을 양지로 끌어올리려 시도한다. 동시에 극우에 대한 정상적인 비판을 좌로남불(좌파의 내로남불), 위선이라 공격한다. 이러한 시도를 초기에 저지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온라인 담론은 더욱 극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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