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두 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정부는 비공개 합의를 깼다며 항의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그런 합의가 없었다고 맞받았다. 정부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반박이었다. 이틀 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비무장지대 지뢰 사고를 거론하며 남북 무력충돌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의 혐한 영상이 남초와 여초 커뮤니티에 함께 퍼졌다.
커뮤니티의 결론은 진영을 가리지 않았다. 정치 성향이 정반대인 사이트들이 같은 말로 우크라이나를 요약했다. 에펨코리아에서는 "맡겨놓은듯한 태도 레전드긴함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클리앙에서는 "뭐 맡겨 놓은 양 물건 달라는 거 진짜 웃기죠", 더쿠에서는 "환멸.. 맡겨놨냐"였다.
근거는 서로 달랐다. 에펨코리아 포텐은 우크라이나를 비판한 폴란드 정치인의 글을 가져와 "New 형제의 나라ㄷㄷ"라며 반겼다. 클리앙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반응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한 나라 아닙니까 ㅋ"였다. 더쿠는 안보를 들먹인 발언에 "우리집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게...."라고 답했다.
예외는 같은 에펨코리아의 정치 게시판이었다. 이 게시판은 대통령을 공격하는 쪽에 섰고, 포텐이 반긴 폴란드 정치인이 극우·친러 인사라며 "어제 포텐견들이 젤렌스키 욕하면서 가져온 폴란드 정치인 정체"라는 글을 올렸다. 포텐의 반우크라이나 정서는 대통령 지지층이 들어와 심은 것이라는 해석도 붙었다.
9월 30일 국정원의 국회 보고를 전한 기사도 진영마다 다르게 읽혔다. 한 기사에 세 문장이 함께 실렸는데, 디시인사이드에서 민주당 계열인 새로운민주당 갤러리는 "시작부터 비공개 공감대"를, 보수 성향인 중도보수 갤러리는 "양국 정상 간 비공개 합의 없었어"를 제목으로 뽑았다. 더쿠는 "韓 무기 지원 기대한 듯"을 제목으로 달았다.
10월 2일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공개 사과를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다룬 에펨코리아 정치 게시판 글의 최상위 댓글은 "주적: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동료:북한"이었다. 같은 발언을 다룬 클리앙 글에서는 "일을 조용 조용 잘함요"가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고 더쿠의 댓글창은 응원으로 채워졌다.
반응은 정반대였지만 세 댓글창에는 같은 질문이 있었다. 북한에는 왜 아무 말도 못 하느냐는 것이다. 근거도 같았다. 같은 시기 장병이 다친 지뢰 사고다.
에펨코리아 정치 게시판에서 이 질문은 그대로 공격이 됐다. "어떻게든 지뢰사건 관심을 해외로 돌리려고 애를 쓰는구나 ㅋㅋㅋ"
클리앙에서는 정부를 지지하는 쪽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왔다. 대사 소환 검토를 지지한 글쓴이조차 우크라이나에는 엄중하면서 왜 북한에는 엄중하지 못하냐는 비교가 나올 것이라며 "저도 마찬가지로 조사 결과가 빨리 꼼꼼하게 나오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발언 기사의 댓글창에는 "지뢰 심은 북한한테는 아무말도 못하고..좌크라이나 한테만 개쎄네"가 달렸다. 좌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의 '우'를 '좌'로 바꾼 말장난이다.
더쿠에서는 대통령 트윗에 응원이 이어지던 중 "좋다 근데 북한한테도 좀 이렇게 강하게 말해주라"가 나왔다. 곧 "항상 극우들은 왜 강하게 말해서 도발하길 원하는거지"라는 답이 붙었다.
좌우를 한데 묶은 것은 무시당했다는 감각이었다. 우크라이나는 합의를 부정해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고, 한국의 안보를 들먹였고, 지원을 맡겨 놓은 듯 요구했다. 대통령은 이를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의 위신에 관한 문제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커뮤니티를 움직인 것도 외교의 손익이 아니라 자존심이었다.
같은 잣대를 북한에 대자 한목소리는 진영의 목소리로 돌아갔다. 이용자들이 보기에는 북한도 한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재명아 여정이도 지뢰 사건은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거짓말쟁이 만드는데 여기엔 화 안나니?" 에펨코리아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분노가 대통령의 강경 대응을 거드는 모양이 되자, 그 분노에 올라탄 포텐과 그것을 거부한 정치 게시판으로 사이트가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