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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청년오늘] 전화 여론조사가 놓친 대학생, 캠퍼스에서 943명을 만나다

전화 여론조사는 청년 응답 부족을 가중치로 메우고, 끝까지 답하는 청년은 정치에 관심 있는 쪽으로 기운다. 대학길럽은 캠퍼스에서 943명을 만나 정당 구도 밖의 세 집단을 찾아냈다.

[박태훈의 청년오늘] 전화 여론조사가 놓친 대학생, 캠퍼스에서 943명을 만나다

박태훈 청년오늘연구소장

청년세대는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 오면 대부분은 끊는다. 올해 7월 초 발표된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 평가 조사의 응답률은 10.2%였다. 통화가 연결된 열 명 가운데 한 명꼴로 끝까지 답했다는 뜻이다. 끝까지 답하는 한 명은 대개 중장년층이다. 20대와 30대는 조사기관이 정해 둔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잦고 50대 이상은 목표보다 많이 답한다.

청년 응답이 모자라면 조사기관은 가중치로 메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조사는 18~29세 455명을 목표로 잡았지만 338명에게서만 답을 받았고 이들의 응답에 1.35배 가중치를 줬다. 응답한 20대 한 명을 1.35명으로 센 셈이다. 2024년 총선 때 MBC가 의뢰한 서울 구로갑 조사에서도 18~29세 응답자 67명을 76명으로, 30대 71명을 84명으로 늘려 계산했고 100명이 답한 50대는 91명으로 줄였다.

자료: MBC 서울 구로갑 여론조사 결과표(2024년 3월 26~27일, 502명) · 조사완료 사례수와 가중값 적용 사례수
자료: MBC 서울 구로갑 여론조사 결과표(2024년 3월 26~27일, 502명) · 조사완료 사례수와 가중값 적용 사례수

가중치로 사람 수는 맞출 수 있지만 응답한 사람의 성향까지 바꿀 수는 없다. 전화를 끝까지 받는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있는 20대일 가능성이 크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18~29세는 56.8%로 30대(77.9%)보다 21.1%포인트 낮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2020년에 응답률이 낮은 집단을 할당이 찰 때까지 전화로 채우면 표본이 극단적인 성향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심이 적은 다수의 자리를 관심이 많은 소수가 대신 채우면 청년 여론은 실제보다 선명하고 더 양극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기 쉽다.

청년오늘연구소는 그래서 직접 캠퍼스로 나가기로 했다. 대학길럽은 매달 대학가에서 학생을 만나 얼굴을 보고 묻는 대학생 여론조사다. 첫 정기조사에서는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27개 대학 학생 943명을 만났다. 이번 응답자의 40.6%는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고 지지 정당이 없는 응답자도 66.8%였다. 전화였다면 첫 질문에서 끊었을지 모를 학생들의 생각까지 표본에 들어온 셈이다.

응답자의 52.7%는 스스로 중도라고 답했고 대통령 직무 평가에서는 52.0%가 보통을 골랐다. 보통을 고른 465명 가운데 53.8%는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만 보면 보통이 70.6%로 관심 있는 응답자(40.0%)보다 훨씬 많았다. 전화 조사가 좀처럼 담아내지 못하던 저관여층이 이번 표본에 들어왔다는 방증으로 읽을 수 있다.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관심 수준별 응답자 60~438명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관심 수준별 응답자 60~438명

한계도 분명하다. 응답자의 85.5%가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인천대와 충청권 대학 학생이다. 이 수치를 전국 대학생의 여론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만난 응답자 가운데 여성이 63.3%로 많아서 주요 수치는 여성 55, 남성 45 비율로 보정한 결과를 함께 확인했다.

그래도 서울 대학가의 여론은 따로 들을 가치가 있다. 대학 시절은 정치적 입장이 처음 자리를 잡는 때다. 이번 조사에서 스스로 중도라고 답한 비율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층에서 81.7%였고 매우 관심이 많은 층에서는 22.0%였다. 관심이 커질수록 여성은 진보로, 남성은 보수로 갈렸다. 입장이 정해지기 전의 대학생을 매달 만나 그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따라갈 수 있는 곳이 캠퍼스다.

규모도 다르다.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하면 18~29세는 150명 안팎이고 대학생은 다시 그 일부다. 이 인원을 남녀로 나누면 칸마다 70~80명이 되고 정치 성향까지 나누면 스무 명 남짓으로 줄어든다. 대학길럽은 943명을 성별과 성향, 지지 정당으로 나눠 같은 집단 안에서 다시 비교한다. 그렇게 들여다보니 전국 조사로는 따로 떼어 보기 어려운 세 집단이 드러났다.

첫 번째, "정당을 고르지 않은 진보 청년"이다. 스스로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 233명 가운데 120명(51.5%)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었다. 둘 중 한 명꼴이다. 같은 질문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의 무당층은 40.7%였다. 진보 청년이 지지 정당을 고르지 않은 비율이 보수보다 10.8%포인트 높다. 진보 성향 응답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지는 33.0%였고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소수정당 지지는 모두 합쳐 9.9%에 그쳤다.

이들 무당파 진보 청년은 무관심층이 아니다.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70.8%로 응답자 전체(59.4%)보다 높았다. 계엄 수사와 재판을 끝까지 이어 가야 한다는 응답은 92.2%로 민주당 지지층(94.7%)과 거의 같았고 대북 유화 정책 선호도 70.4%와 76.0%로 비슷했다. 크게 갈린 것은 대통령 평가다. 진보 성향 무당층의 대통령 긍정평가는 25.2%로 민주당 지지층(54.5%)보다 29.3%포인트 낮았다. 진보의 가치에는 동의하면서 지금의 정당과는 거리를 두는 청년이 이만큼 있다. 이들을 담아낼 정당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진보 성향 응답자 중 무당층 120명,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77명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진보 성향 응답자 중 무당층 120명,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77명

두 번째, "버닝썬 재수사에 움직이는 비지지층 여성"이다. 대통령을 보통이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749명 가운데 41.8%가 중대범죄수사청의 버닝썬 게이트 재수사에 매우 동의했다. 여성은 50.4%, 남성은 27.5%였고 그 중심에는 정치에 관심을 둔 여성이 있었다. 정부에도 정당에도 마음을 주지 않은 청년 여성을 움직이는 의제는 많지 않다. 버닝썬 재수사는 그 드문 의제 가운데 하나다.

버닝썬 재수사 요구는 진영도 가로지른다. 응답자 전체의 76.0%가 동의했고 성비를 보정해도 73.8%다. 여성 83.9%, 남성 61.3%로 남녀 모두 과반이었다. 대통령 긍정평가층은 80.4%, 부정평가층은 72.8%가 동의해 정부 평가와도 거의 상관이 없었다. 지지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88.5%, 무당층 76.4%였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68.5%가 동의했다.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버닝썬 재수사 문항 유효응답 917명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버닝썬 재수사 문항 유효응답 917명

10월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은 부패와 마약을 포함한 7대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한다. 버닝썬에 남은 경찰 유착과 마약 유통 의혹은 모두 이 범위에 든다. 초대 중수청이 버닝썬을 다시 수사한다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청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보수로 분류되기 쉽지만 계엄 문제에서는 단호한 청년"이다. 대북 강경 정책을 원하면서 대통령을 부정평가한 응답자는 216명이다. 안보와 정부 평가만 보면 보수에 가깝다. 그런데 이 가운데 97명은 계엄 수사와 재판을 끝까지 이어 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는 79명보다 많다.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대북 강경 정책 선호이면서 대통령 부정평가 216명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대북 강경 정책 선호이면서 대통령 부정평가 216명

수사를 이어 가자는 97명은 마무리하자는 79명과 정치적 위치부터 달랐다. 국민의힘 지지는 32.0%로 마무리 쪽(48.1%)보다 낮았고 64.9%가 무당층이었다. 스스로 보수라고 답한 비율은 45.2%로 마무리 쪽(71.4%)보다 훨씬 낮았고 40.9%는 중도라고 답했다.

'내란청산'에 대한 생각도 알아볼 수 있었다. 응답자 전체에서 계엄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답한 618명 가운데 내란청산이라는 말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사람은 44.5%였다. 수사의 내용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일을 부르는 이름에는 같은 지지가 따라오지 않았다. 이 간극은 중도와 무당층에서 컸다. 수사를 지지하면서 이 말에 5점 이하를 준 343명 가운데 65.1%가 중도였다. 세 번째 집단의 97명도 계엄 수사는 지지했지만 내란청산이라는 말에는 1점부터 10점까지의 척도에서 평균 5.2점을 줘 중간에 머물렀다.

대북 정책과 대통령 평가만 묻는 조사에서 이들은 청년 보수화의 근거로 잡히기 쉽다. 그러나, 계엄을 물으면 수사를 이어 가자는 쪽이 더 많다. 청년이 보수로 기울었다고 말하기 전에 이들을 따로 떼어 볼 필요가 있다.

세 집단에는 닮은 점이 있다. 무당층이 많고 지금의 진영 구도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전화 여론조사는 이들을 18~29세라는 한 칸에 섞어 평균으로 보여 준다. 그 평균 안에서 세 집단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정치적 판단은 이렇게 갈렸지만 생활 형편은 다르지 않았다. 세 집단 모두 열 명 가운데 아홉 명 안팎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봤다(차례대로 89.2%, 91.7%, 95.9%).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도 80.8%, 77.7%, 77.3%로 응답자 전체(76.2%)와 비슷했다. 부담을 매우 느낀다는 비율은 진보 29.9%, 중도 25.5%, 보수 24.7%로 성향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집단에 속하든 일자리와 생활비 걱정은 같았다.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진보 무당층 120명, 대통령 비지지층 여성 460명, 세 번째 집단 97명
자료: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943명 · 진보 무당층 120명, 대통령 비지지층 여성 460명, 세 번째 집단 97명

지금의 정치는 이 공통의 걱정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을 매우 느끼는 응답자와 별로 느끼지 않는 응답자의 대통령 부정평가는 32.3%와 31.5%로 거의 같았다. 청년의 정치적 판단을 가르는 것은 대북 정책과 계엄 같은 쟁점이고 일자리와 생활비는 그 판단에 거의 끼어들지 못한다. 정책이 있어도 닿지 않는다.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안다는 응답은 82.4%였지만 이용해 본 사람은 2.6%였고 청년 월세 지원도 80.6%가 알면서 이용 경험은 4.7%에 머물렀다. 응답자의 66.8%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이 묻는 것은 일자리와 집인데 정치는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학길럽은 다음 달에도 캠퍼스에 나간다. 대학생을 직접 만나 대학생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보다 자세한 보고서는 청년오늘연구소.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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